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11편 공개!
2020-03-30 12:09:00

-출품작 125편 중 11편 본선 진출

-한국 사회의 맨얼굴 드러낸 여성 감독, 여성 영화의 약진 돋보여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을 발표했다. 한국경쟁은 2019년 1월 이후 제작된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메인 경쟁 섹션이다.

올해 한국경쟁에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25편의 출품작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11편의 본선 진출작이 결정됐다. 극영화 <갈매기>(감독 김미조), <괴물, 유령, 자유인>(감독 홍지영), <나를 구하지 마세요>(감독 정연경), <담쟁이>(감독 한제이), <더스트맨>(감독 김나경),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감독 신동민), <빛과 철>(감독 배종대), <생각의 여름>(감독 김종재),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홈리스>(감독 임승현), 그리고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33>(감독 조은)이 그 주인공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125편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며 “양극화된 세계 속 극심한 빈곤과 고통, 갑의 횡포와 을 대 을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이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선정작들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한국경쟁에 선정된 11편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절반이 넘는 6편이었다. 이는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와 영화계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라고 설명하며 “남자 감독의 영화 중에도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적 담론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두드러지게 많다는 사실 또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로써 ‘한국단편경쟁’에 이어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까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선보일 장단편 한국영화 경쟁작들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11편의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들은 5월 28일 개막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에게 소개되며, 본선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대상, 배우상 등의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 점검하며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관객과 게스트, 전주 시민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쟁 심사평

많은 이들은 독립영화가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말마따나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125편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극화된 세계 속 극심한 빈곤과 고통, 갑의 횡포와 을 대 을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이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올해 특히 두드러지는 경향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슈였습니다. <갈매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기운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가까운 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착오적 남성중심주의와 여전히 만연한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폭로합니다.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여성의 문제를 노동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바라보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여성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하청 업체 노동자에 대한 차별까지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유다인의 당당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여성에 관한 문제의식은 성 소수자에 관한 담론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담쟁이>는 여성 커플과 이들 사이에서 함께 살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녀가 이모, 그리고 이모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가족의 본질을 되물으며, 이 사회 속 성 소수자들의 좁은 입지 또한 드러냅니다. <생일>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던 아역 배우 김보민의 존재감도 큰 볼거리가 될 것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와 기본적인 삶을 위협하는 빈곤 문제 또한 여러 편의 영화가 다루고 있습니다. <사당동 더하기 33>은 동국대학교 조은 교수가 지난 33년 동안 한 가족의 삶을 추적한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사당동에서 살다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 상계동에 새 둥지를 튼 한 가족을 꾸준히 추적해 온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사당동 더하기 22> 이후 11년 사이 이들 가족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사회학적 주제만이 아니라 풍부한 다큐멘터리적 가치도 가진 영화입니다. <홈리스>는 갓난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커플이 애타게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머물 자리 한 칸을 찾을 수 없어 점점 극한상황에 내몰리는 이 젊은이들의 삶을 매우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영화입니다. <빛과 철>은 어느 밤 벌어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삶의 한계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는 이들의 대립이 사실은 을 대 을의 잘못된 싸움임을 이 영화는 예리하게 비춰냅니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모녀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때로 진정한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새로운 영화적 언어를 실험하는 영화들 또한 언제나처럼 전주를 찾았습니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이고, <괴물, 유령, 자유인>은 성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아웃사이더들을 파격적인 영화언어로 다루는 영화입니다.

예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언제나 흥미를 자아냅니다. <더스트맨>은 노숙자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예술을 통해 새 삶의 가능성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의 주제를 응축하는 ‘먼지 그림’ 또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생각의 여름>은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한 여성의 나날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그녀가 시작(詩作)을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성장 혹은 자기발견을 하게 된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예술의 본질을 꿰뚫는 듯 보입니다.

한편, 한국경쟁에 선정된 11편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절반이 넘는 6편이었습니다. 이는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와 영화계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인 듯합니다. 남자 감독의 영화 중에도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적 담론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두드러지게 많다는 사실 또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감독과 여성 영화인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내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프로그래머 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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