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발표
2019-03-18 11:24:00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는 8편의 극영화와 2편의 다큐멘터리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서 상영될 10편의 작품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경쟁’선정작 (가나다 순)

<굿바이 썸머 Goodbye Summer> (박주영) | Korea | 2019 | 71min | DCP | color

<다행(多行)이네요 Own Way> (김송미) | Korea | 2019 | 132min | HD | color

<뎀프시롤 (가제) MY PUNCH-DRUNK BOXER> (정혁기) | Korea | 2019 | 110min | DCP | color

<리메인 Remain> (김민경) | Korea | 2018 | 99min | DCP | color

<애틀란틱 시티 Atlantic City> (라주형) | Korea, USA | 2019 | 101min | DCP | color/b&w

<욕창 A Bedsore> (심혜정) | Korea | 2019 | 110min | DCP | color

<이장 Move the Grave> (정승오) | Korea | 2019 | 92min | DCP | color

<이타미 준의 바다 The Sea of Itami Jun> (정다운) | Korea | 2019 | 112min | DCP | color

<파도를 걷는 소년 WAVE> (최창환) | Korea | 2019 | 95min | DCP | color

<흩어진 밤 Scattered Night> (김솔, 이지형) | Korea | 2019 | 81min | DCP | color

‘한국경쟁’ 심사평

<굿바이 썸머>, <다행(多行)이네요>, <뎀프시롤(가제)>, <리메인>, <애틀란틱 시티>,

<욕창>, <이장>, <이타미 준의 바다>, <파도를 걷는 소년>, <흩어진 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출품된 작품 수는 총 104편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독립영화는 흔히 헬조선으로 통칭되는 한국사회의 출구 없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다룬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올해는 그런 반복되는 경향 속에서 자기만의 가치, 감성으로 현실 속에 다른 영역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기운을 느끼게 하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뛰어난 다큐멘터리를 많이 발굴, 배출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전통을 이어 올해도 눈에 띄는 다큐멘터리가 많이 출품된 것은 특히 반가운 일입니다. 그중에 경쟁작으로 선정된 <이타미 준의 바다>는 저명한 재일교포 건축가의 삶을 다루면서 그가 이룬 예술의 성취가 현재의 특정한 공간의 삶에 어떤 자취로 남아 있는가를 카메라로 각인시키는 접근법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또 다른 다큐멘터리 선정작 <다행(多行)이네요>는 대안적인 공동체의 수립을 통해 새로운 생활의 형태를 모색하는 젊은이들의 면면들을 낭만적으로 이상화지 않으면서도 자잘한 좌절과 실패 속에 확인되는 삶에의 긍정성을 호쾌하게 제시합니다.

선정된 극영화들 가운데 지난해 <내가 사는 세상>으로 ‘한국경쟁’에 진출했던 최창환 감독의 신작 <파도를 걷는 소년>에서도 전작에 비해 강인해진 삶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서핑 인구가 늘어난 것을 반영하듯 유난히 서핑을 소재로 한 출품작들이 많았던 가운데 유일하게 이 영화는 유희적 삶에의 욕망을 다루면서도 사회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품입니다. 나머지 경쟁작들은 모두 장편 데뷔작입니다. <뎀프시롤(가제)>은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한 결과물로서 단편으로 공개됐을 때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장점을 훼손시키지 않은 채 엇박자의 코미디 리듬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인물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슬픈 여운이 남는 광경으로 그려냅니다. <흩어진 밤>은 이혼할 상황에 처한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인물들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놀라운 공명을 자아내는 인물들의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특히 여주인공을 연기한 소녀의 풍부한 존재감은 이후 한국영화계의 귀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합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 지원작들인 <욕창>과 <이장>은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잠재력이 물리적으로 잘 구현된 작품들입니다. <욕창>은 제목 그대로 몸이 부식되는 연로한 환자를 둔 집안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서사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서 가족 내부의 부조리한 관계의 나락을 조망하면서도 비관으로도 낙관으로도 이분할 수 없는 삶의 면모를 잡아냅니다. <이장> 역시 각자 절박한 삶의 골목에 몰린 가족 구성원들이 아버지 묘를 이장하며 벌어지는 짜증 나는 소동 앞에서 그들 각자의 존엄과 자립과 상호 간의 우정에 대해 각성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마지막으로 <리메인>, <애틀란틱 시티>, <굿바이 썸머> 세 작품은 당대의 어떤 경향성과는 거리를 두고 각자의 개별적인 존재감으로 호소하는 영화들입니다. <리메인>은 불감증을 겪는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의 일상생활에 흐르는 예민한 감정의 저류를 흥미롭게 포착합니다. <애틀란틱 시티>는 주인공이 미국에서 대면하게 되는 만만치 않은 현실의 함정들을 건조하게 바라보면서 관객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발휘하는 영화입니다. <굿바이 썸머>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불행에 빠진 청소년 주인공들을 내세우면서도 나른하리만큼 몽환적이고 낙관적인 기운으로 그들의 생활을 그려내는 특이한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한국경쟁’ 선정작들에 축하를 드리며 아울러 세 편 이상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의 신작이나 보다 다양하고 미시적인 접근을 시도한 다큐멘터리들도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 선정했음을 고지합니다. 이 영화들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경쟁’에 선정된 작품들을 환영하며 전주에서 뵙겠습니다.

수석프로그래머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