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점´ 으로 바라 본 세상만큼 물의 나라로서의 네덜란드의 이미지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묘안이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의 성과만은 아니다. 수면 위에 비친 거꾸로 된 이미지가 다시 뒤집히고 나면 이 역상의 다큐멘터리는 강물의 흐름과 물결의 파형에 따라 흔들리고 휘감기며 음악과 함께 그렇게 흘러간다. 사물의 표면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세상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방향감이 상실된 우리의 위치는 물속과 물 밖, 거울 속과 거울 밖을 가늠치 못하는 매혹의 현기증을 경험하게 된다. 빛의 마술이 가져오는 영화 이미지(cinematographic image)의 위력을 체험하게 하는 이 영상들은 단순히 극영화의 대척점으로서가 아닌, 세계에 대한 인식과 시선으로서 영화예술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함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