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사랑을 받은 단편영화를 꼽으라면 이 작품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1호선>이 우리 시대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빼어난 성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말만큼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다. 사설 운전학원 주인과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 종업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통속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1호선>은 이 통속성 속에 숨어있는 삶의 숨결들을 건져낸다. 의례 홍상수식의 영화들이라고 이름 붙는 불륜이나 관계를 다루는 단편 영화들과는 달리 일상의 자루함 속에서 건져지는 구원의 순간들과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진정으로 관계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은 슬프게 빛난다. 유부남인 사장과 여직원 재경 사이에 펼쳐지는 긴장감은 아무것도 아닌 슬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아무것도 아닌 사랑이다. 중심은 비어있고, 관계는 텅 빈 것들로 채워져 있다. <1호선>은 그것을 소프라노가 아니라 나직한 톤으로 읊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