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보여준다는 믿음, 진실성, 객관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향한 믿음이 깨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특히 최근의 몇몇 젊은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아예 감독 자신이 이벤트를 만들고 주관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객관성이라는 신화를 깨트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목두기 비디오>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껍질만 다큐멘터리의 틀을 빌어 한편의 완전한 픽션을 만들어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혹은 모큐멘터리로 알려진 이러한 기법은 전형적인 TV 보도물 <그것이 알고싶다> 류의 포맷을 따라 발생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추적하여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척 하지만，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서술하기 위한 기능적 장치에 불과하다. 귀신이나 유령에 대한 공포감이란 주변에서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더 강렬해진다는 점을 이용해 르포르타쥬 형식의 새로운 공포영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추적의 범위가 좁혀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공포의 강도도 높아진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형식 실험을 하는 듯 하지만, 기실 이 영화는 조금 이색적이고 스타일리시한 공포영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