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면에서 보자면 한 예술가의 초상을 담은 알베르토 도노프리오의 <육체로봇 막셀리, 행위예술가>는 다큐멘터리로서 무난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영화이다. 여기에 대해서 꼭 유일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자체가 워낙 전위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인물에 대한 것이니 만큼 굳이 그를 담는 영화까지 형식상의 새로움을 추구해서 보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육체로봇 막셀리...>의 카메라가 따라가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막셀리 안투네즈 로카는, 영화 속 한 여성의 말을 빌리면 “낯설면서도 아이러니컬한 날카로움을 재능으로 갖고 있는 전방위적인 예술가"이고 ”항상 자신이 이미 했던 것을 뛰어넘으려 노력하는 예술가”이다. 바로 이런 언급처럼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이면서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확장해가려는 예술적 욕망을 가진 인물이 이 영화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는 피와 살점, 섹스의 어울림을 가지고 하나의 황홀한 파티를 여는 막셀리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가 하면 그런 세계의 근원을 따라가기도 하고, 또 극예술과 시각예술, 거기에 테크놀로지까지 끌어들이면서 막셀리의 세계가 확장되는 자취를 그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어떤 예술가에로의 통로가 열리게 된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이들은 막셀리가 자유로운 예술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외에도 우리가 흔히 가질 선입견과는 달리 그가 꽤 지적인 사람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육체로봇 막셀리...>는 어떤 이들에게, 즉 막셀리의 규범파괴적인 태도에 관용을 가질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