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준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대신 외국인 노동자인 꽝스와 그의 친구 재구만 영주 앞에 앉아있다. 이 영화는 여자가 정작 기다리는 준호라는 특정 남자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낯선 남자들을 대면해야 하는 불편함과 이질감이라는 촉감을 다룬다. 그들은 이태원이라는 서울 속의 이질적 공간으로 발길을 돌리고 이슬람 사원이라는 타자화 된 성소를 방문한다. 이질감과 타자의식은 영화를 지배하는 주된 분위기이며 이 정서에 보다 예민하게 감응하는 인물은 여자 주인공 영주다. 이태원과 이슬람 사원에서 노래방으로 공간이 이어진다. 노래방의 협소한 공간에서 전경에 신나게 노래 부르는 두 사람과 후경에 그들의 분위기에 거리를 두고 있는 여자의 외면하는 시선이 서로 엇갈려있다. 여자는 흥이 나서 노래 부르는 공간에서 울컥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이 지점을 향해 분산된 감정의 파편들이 일거에 응집된다. 이질감과 동질감의 변증법적 길항이 이 영화의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