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은 리얼리즘이 아니라 마술이에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한 장면에서 블랑쉬가 울먹이며 내뱉는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잘 요약해준다. 이것은 볼품없고 추악하기까지 한 현실로부터 공상적으로 헛되이 도피하고자 하는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이제는 퇴락한 신세로 전락한 남부의 고결한 여인 블랑쉬가 임신한 동생 스텔라와 그녀의 남편 스탠리가 사는 뉴올리언스의 ´불결한´ 지역에 당도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 블랑쉬가 ´악몽 속에서도 상상 못 할 곳´이라고 표현하는 그곳은 실제로 쾨쾨한 종말의 냄새로 그녀를 짓눌러버리는 악몽의 공간임이 드러난다. 영화는 이 여자의 최종적인 ´추락´의 과정을, 그녀와 땀에 전 야수 스탠리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중심에 둔 질식할 듯한 심리극으로 풀어낸다. 그 대립이 영화사상 가장 추악하다고 할 만한 이성 간의 전쟁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인물들을 제대로 그려낸 앙상블 연기의 힘이 컸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들의 뇌리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보다도 스크린에서 스탠리라는 인간 야수를 ´살았던´ 말론 브랜도의 존재 때문임을 부정할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