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폐에도 그려져 있는 절경의 산샤, 16년 전에 남겨진 주소에 따르면 아내와 딸이 있어야 할 마을은 댐건설로 이미 물에 잠겼고, 절경을 뒤로 하고 건물은 계속 부서지고 있다. 영화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산샤로 온 산시 출신의 두 남녀 한산밍과 쉔홍을 따라가지만 그들은 어디서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들을 이어주는 건 산샤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에프오, 그것조차 한명은 보고 한명은 보지 못한다.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고립감은 영화 내내 감도는 정서이며, 가끔씩 보이는 마술과도 같은 초현실적 순간들은 이상하게도 정말 자연스럽다. 그것은 아마 이 영화가 산샤를 통해 모든 것이 달러로 환산되는 세상 속에서 이미 사라진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혼자서 삶을 버텨야할 그들이 잃어버릴 시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틸 라이프>는 지난 2천년의 시간이 남겨왔던 흔적이 한순간 사라져버린 산샤와도 같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부스러지고 사라져가고 있는 중국 인민들의 삶에 관한 영화이지만,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그리고 지금도 잃어버리고 있는 시간과 그 외로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주칠 가슴 저미는 순간은 아마 그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