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뉴웨이브 영화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영화는 이리 멘젤의 장편 데뷔작으로 28살의 신인 감독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2년 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까지 거머쥐면서 굳건한 인지도를 획득하게 된 이 영화는 나치 점령하의 체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주인공 밀로스가 자신의 가족 내력을 읊조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금생활에 만족하는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 기차역에 취직한 주인공은 그러나 직장이나 교회 어디서고 만족을 느낄 수 없다. 오로지 성적 쾌락만을 추구하던 그는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저항군과 합류하게 된다. 미묘한 정치적 비판과 코믹한 어조가 느닷없는 충격적 비극으로 전환되는 이 영화는 상당한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데, 영화에서 섹스와 애국심은 병치 내지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치 정권에 대한 빈정거림을 통해 1960년대의 억압적인 공산 정권을 비난하는 어법 역시 자칫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리 멘젤은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소박하면서도 전복적인 연출에 의해 이 모든 비극적 상황과 부조리한 역사와 그럼에도 소중한 인간적인 가치들을 우리로 하여금 숨죽이고 가까이서 지켜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