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아나톨리아 지방의 시골을 배경으로 오스만은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물줄기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이웃 농부들과 치명적인 싸움에 휘말린다. 그는 옛날부터 농부들이 공동으로 썼던 마을로 내려가는 물줄기를 막아 자신의 토지에만 물을 댄다. 마을 사람들과의 다툼에서 살인까지 저지른다. 또한 그는 동생인 하산을 자신 대신 감옥으로 보낸 뒤 동생의 아내마저 빼앗는 절대 폭력의 가장으로 군림한다. 평소 형의 횡포에 짓눌려 살던 동생 하산은 감옥에서 나오자 미치광이가 돼버린 형을 물갈래 속에 처박아 숨지게 하고는 이웃에 물꼬를 활짝 열어준다. <메마른 여름>은 터키문학계에 잘 알려진 네차티 쿠말리의 원작을 영화에 옮긴 것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으면서 터키영화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영화다. 50년대 연출을 시작한 메틴 에륵산 감독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형식을 빌려 주로 농부와 도시의 저소득층의 현실을 다룬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며 60년대에 이르러서는 몇몇 다른 감독들과 함께 터키영화의 정체성을 찾아준 대작들을 만들어“진짜 영화감독 세대”를 창출했다. 이들 작품들은 “국민영화”로 불릴 만큼 대중의 인기가 높았다. <메마른 여름>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터키영화의 최고작 중 한편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의 여주인공 휠라 코지기트 또한 이때부터 170여 편 영화에 출연한 명실 공히 터키영화의 대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