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거리 청소를 하는 물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장면은 세월이 겹쳐 거리에 새겨진 인간사의 흔적을 도시미화 정책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현대사회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영화의 주인공 자바르는 남부 도시 아다나에서 마차를 끄는 품팔이꾼이다. 그러다 70년대 현대화의 바람을 타고 택시의 인기가 높아지자 일감은 점점 줄어들고 그런 와중에 말까지 자동차에 치어 죽자 망연자실한다. 절망에 빠져있는 자바르에게 동네의 점쟁이 노인이 보물이 묻혀있는 곳을 안다고 속삭이자 그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무작정 노인을 따라 나선다. 그러나 신비의 그곳은 신의 기적을 바라는 가난한 자들의 환상이었을 뿐, 자바르는 굶주리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쳐버린다. 귀니는 배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터키영화의 최고배우의 자리에 올랐고 주로 악역을 맡아 “험악한 왕”으로 불렸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희망>은 시나리오, 연기, 제작을 혼자 해낸 작가 영화이며 감독의 주요 작품의 하나이다. <희망>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자국 내에서도 상영됐었으나 검열관들은 정치적으로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어 한동안 상영금지령을 내렸었다. <희망>은 터키영화의 방향을 바꿔놓은 리얼리즘의 세기적 작품으로 터키영화사의 최고작 중 하나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