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를 넘은 노장 로버트 알트만이 이 영화를 완성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가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보험사가 구원투수로 폴 토마스 앤더슨을 지목해 놓았다는 소식이 나돌 정도였으니까. 악전고투 끝에 영화를 마친 알트만은 작년 11월 20일 고인이 되었고,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결국 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알트만은 1970년대 미국사회의 공기와 정치적인 이슈를 음악으로 집대성한 <내쉬빌>에 이어 <프레리 홈 컴패니언>으로 컨트리 뮤직의 아름다운 선율에 오마주를 바친다. 영화는 리얼타임처럼 하룻밤에 벌어지는 쇼를 그대로 담고 있다. 미네소타 세인트 폴의 피츠제랄드 극장에선 스타들이 라디오 쇼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동안 꿈의 공장이었던 이곳에서 천사가 된 여인부터 막 데뷔하는 초짜가수까지 다양한 무리들이 하나 되면서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 이 쇼를 둘러싸고 <숏 컷>처럼 알트만 특유의 인간군상을 이루지만, 신랄한 비판보다는 웃음과 위안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마지막 무대에 선 이들은 연인과 이별을 준비하는 종착역에 도착한 듯 서서히 우수에 젖어든다. 어느새 추억을 몽상가처럼 품에 안는 알트만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비애를 노래한다. 마치 자신에게 닥친 죽음을 예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