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리스 사회에 나타난 뱀파이어의 기이한 여행담. 두서없는 행로를 지나면서 펼쳐지는 이 로드무비는 그리스의 오늘날에 대한 우화이다. 1984년 아테네에 도착한 뱀파이어 자노는 술과 여자 등 쾌락을 찾아 도시를 배회한다. 1980년대 디스코 음악의 리듬에 취해 자노는 음습한 도시의 이곳저곳을 유랑한다. 그 과정에서 노르웨이 미소년, 유혹적인 여인 알리스를 만나 자노는 기이한 모험을 하게 된다. 점차 자노는 이 암울한 도시에서 겪었던 백일몽 같은 일들이 그를 위해 설계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SF와 판타지의 요소를 예술적인 스타일로 버무린 <노르웨이>는 괴이한 게임과 같은 상황을 늘어놓는다. <노르웨이>는 동시대 그리스 사회에 대한 준열한 코멘트이다. 괴이한 정념과 파멸의 분위기, 쾌락에 물든 도시, 사방을 둘러친 어두운 비전은 필름 누아르와 호러의 비주얼을 통해 표현된다. 그리스 국민배우 반젤리스 모우리키스의 뱀파이어 연기가 압도적인 인상을 남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