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쇠약 직전의 아테네, 부유하는 사람들, 꿈과 기회, 젊음의 상실에 관한 이야기. <고갈된 청춘>은 재앙의 기운이 만연한 그리스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테네의 여름, 이 도시를 덮친 더운 바람은 훈기보다 갑갑증을 유발한다. 열여섯 살 소년 해리스는 뚜렷한 목적 없이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돌아다닌다. 사사건건 어른들과 불화하는 소년은 자기만의 도피처를 찾으려 한다. 한편, 중년의 사내 바실리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직장을 관둔 바실리는 피자 가게를 열어볼까 하지만 경제위기로 인해 여의치가 않다.

이 두 갈래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은 불안과 신경증이다. <고갈된 청춘>은 2008년 12월, 열여섯 살 소년이 아테네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실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대사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졌고, 자연광에만 의존하여 촬영한 화면에서는 생생한 리얼리티가 묻어나온다. 아테네라는 도시에서 방향타 없이 표랑하는 인간의 존재조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