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 량 감독의 3번째 장편영화인 <호묘>는 중국 쓰환성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건설회사 사장의 운전기사인 루오 리 앙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영화 속 인물들의 파국적 종말을 그려내는데, 농민을 착취하면서 부를 축적한 건설회사사장은 결국 정신병자가 되고 루오리앙의 정신적 지주였던 삼촌은 돈 때문에 자살하며, 주인공의 부인은 지금 상태에 대해 못내 불만이다. 영화속배경이 되는 쓰촨성 출신 덩 샤오핑의 실용주의를 설명해주는 검은 고양이，횐 고양이 우화가 이 영화의 알레고리로 기능하는데，1977년에 태어난 이 젊은 감독은 사회주의적 이상을 대치한 중국의 실용주의 노선이 동시대 중국의 불편한 삶을 이끌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마오 대신에 공자를 선택하며 보수화된 중국의 상황을 스펙타클화 했다. 영화는 모두가 파국을 맞이하는 지금 중국의 현실을,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를 선택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천안문 사태를 야기했던 덩 샤오핑의 역설적 선택 안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마사지 걸을 사랑한 루오 리앙의 비극으로 끝이 나는데 칼에 찔린 몸을 끌고 다니는 주인공의 신체와 평화로운 중국 시골 마을을 오버랩 시키면서, 이들이 살고 있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삶의 편재성을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