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는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영화이자　판타지물이고, 코미디이자　성장　영화다.　중학생　아들을　둔　지완은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첫　장편　영화를　만드는　것에　매진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시나리오　수정에　점점　지쳐가고　주위의　관계들도　나빠져　간다. 영화　만들기의　지난한　과정과　창작의　괴로움, 투자 논리 앞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지완,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갈등 등 영화를 만들기까지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갈등은 직접 돌파보다 음악과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우회적으로 해소된다. 이 영화에서 판타지는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을 드러내는 표식이기도 하지만(개미의 판타지), 음악을 통해 주인공이 일종의 환각 체험을 하고, 또 화해를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힘든 시기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 변명하거나 외상화하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한 톤으로 발화하고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판타지 덕분이다. 영화의 끝 무렵, 변성기에 접어든 아들이 부르는 고함에 가까운 노랫소리처럼 거칠지만 두려울 것 없이 내지르는 힘이 느껴지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