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를 다룬 영화는 비슷한 공식을 지니고 있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고뇌하고 갈등하다가 비극적인 결말로 진행되곤 한다. 여기에 사회적 현실이 지나치게 개입되면 어두운 리얼리즘의 영화가 되고, 현실이 약화되면 비현실적인 (낙관적인) 영화가 된다. 굳이 분류하자면, <당신의 어머니>는 후자에 가깝지만, 현실의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현실의 가장 큰 벽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애인이 하루를 보내게 된다. 갑자기 서울에 올라온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동행하고 하룻밤을 여관에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어머니와 애인의 관계는 유사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된다.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는 게이 애인이라니! 그런데 특이하게도 아들의 애인이 어머니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준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그녀는 아들에게 남자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지만 결국 사랑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기어이 관계를 인정하는데, 그런 어머니를 애인은 진심으로 안아준다. 영화는 이 과정을 너무나 명랑하게 밝게 그린다. 그런데 애인 역을 맡은 이 남자, 너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