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위 카메라에 담긴 감독의 시선은 몽환적이면서도 날카롭다. 기차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차, 그리고 불길한 일들에 대한 꿈들이 픽션과 팩트가 뒤엉킨 채로 표현된다. 모든 씬들이 오직 한 테이크만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최초로 대중에게 선보인 날, 뤼미에르 형제는 기차가 진입하는 짧지만 다이내믹한 영화를 가지고 관객으로 하여금 압도적인 이미지가 주는 경이로움을 경험케 했다. 그 이후로 영화는 자주 기차에 비견되곤 했다. 인간의 일상적인 지각을 바꿔 놓았다는 점, 이미지의 향연을 통해 시공간의 전이를 경험한다는 점, 창을 통해,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엑스 프레스>는 최초의 영화가 그러했듯 기차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꿈을 되살리면서, 현재에 과거를 더하고, 픽션에 다큐멘터리를 더한다. 감독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철도 노동자들을 찍다가 그들의 증언을 담는다. 기차 안과 바깥을 오가면서, 흑백과 컬러를 오가면서,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던 극심한 혼란기와 철도경찰이 불법거주민을 학살한 비극의 역사에 대해 회고한다. 원씬 원샷을 고수하는 롱테이크 연출에, 차창으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철로를 달리는 기차 바퀴의 모습, 기차에 밀착한 카메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의 다채로운 장면이 배합되며, 슬로우 모션이나 정지화면 등이 삽입되고, 배우의 연기와 실제 캐릭터의 증언이 섞인다. 감독은 이렇듯 실험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구성해나간다. 새로운 기차로 교체되는 과정과, 어디론가 향하는 기차여행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상기하는 지점은 근대화된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즉흥적인 영화 만들기 과정에서 카메라의 직관에 따라 구조화된 이 영화는 근대화와 기차와 영화를 엮어나가는 패기 넘치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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