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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은행 직원에게 자신의 계좌가 말소되었고 그 이유가 자신의 사망신고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망 신고자는 심지어 자기 자신이다. 초반에 시작된 이 당혹감은 끝까지 이어진다. 카메라는 죽음, 분열, 재생의 의지를 상징하는 배경 사이를 주유한다. 앙드레 지드에 대한 헌사가 분명한 영화 <지상의 양식>은 어쩌면 한 예술가 지망생이 만들어낸, 취향과 입장만이 돌출된 미완의 습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드뷔시에서 말러에 이르는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형식과 불가분적이다. 음악 없이도 작품이 온전해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기성의 형식과 문법으로는 재현 불가능한 경험과 감성을 영화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상의 양식>은 자신의 죽음을 응시하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시선의 주체는 곧 시선의 대상이 되는데, 이 불가능한 응시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꽤나 강렬하다. (송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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