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가 진행되고 현대적 삶의 양식이 깊숙이 자리 잡을수록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영화는 마지막 트래블링 쇼트를 통해 이 세계에 대한 비극적 통찰을 경험하게 만든다. 사라져가는, 혹은 이미 사라져버린 토착문화에 대한 감독의 애도이자 진혼곡.
구름, 흩어지는 구름, 하늘, 시린 하늘, 땅, 끝이 없는 대지, 산맥, 그 속에 작은 마을,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다시 하늘. <태양계>는 이미지로 써내려 간 일기에 가까운 영화다. 대사 한 줄 없이 오로지 영상으로만 만들어진 이 영화는 조각난 이미지의 연쇄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고, 무엇을 전달하며,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자 모험, 혹은 카메라의 근본적인 도리이다. 콜라라 불리는 작고 신비한 공동체의 사람들은 계절에 맞춰 이동하는 유목민 같은 삶을 유지하고 있다. 안데스 산맥 따뜻한 지역, 융가에 자리 잡은 케추아 인디언들의 삶은 고요하지만 꽉 차 있고, 적막하지만 자유롭다. 가을비가 내려 할 수 없이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시간이 올 때까지 거스르지 않는 그들의 삶은 자연 그대로이다. 산맥으로 들어간 그들의 오래된 의식이 아름다운 만큼 도시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성가시다. 영화는 일상과 자연, 원시와 근대를 동시에‘목격’하도록 강요한다. 그들은 밭을 일구고, 소를 잡고, 축제를 벌인다. 그곳에 있는 것은‘사건’이 아닌‘삶’이며 카메라는 이것을 잘라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모두 담아낸다. 내러티브적 사건 하나 없는 이 순간들은‘그들’이라는 존재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한 순간 지루할 틈이 없다. 오래된 풍경을 담아낸 투명한 카메라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시간의 호흡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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