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는 다양한 캐릭터로 전개되는 집단 드라마의 균형감을 유지하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이다.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가장 철구를 중심으로 그 못지않게 대책 없고 각양각색인 그의 가족들은 저마다 딱한 처지를 안고 고군분투한다. 해고와 실업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끌어들이는 가운데 한 동네에 만연한 갈등 양상을 풀어놓으면서도 이 영화는 사건에 응하는 인물들의 반응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려 한다. 정윤철의 <좋지 아니한가>와 같은 영화가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었지만 주류 내러티브 영화에선 좀처럼 하기 힘든 시도를 꾀하는 이 영화는 사회로부터 짓눌린 인물들을 내세우면서도 내성적이고 성찰적인 태도를 취하기 보다는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등장인물들을 묘사함으로써 보기 드물게 강인한 삶에의 긍정을 표시한다. 영화 내내 인물들이 주춤거리거나 멈칫하기 보다는 내지르고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활달한 운동감이 영화의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단점도 있지만 한국 독립영화에 희소했던 삶의 낙천성을 호방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호감을 준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