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 이후 고향에서 정착해 살아갈 결심을 한 성우주는 기묘한 만남을 겪는다. 서른여덟 살의 성우주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스물여섯 살의 성우주, 열여덟 살의 성우주를 만난다. 고향에서 카페를 열 준비를 하는 가운데 그녀들을 만난 성우주는 그녀들의 삶이 자신의 과거와 똑같이 닮아 있다는 걸 보고 믿을 수 없어한다. 그녀들 만큼 젊었을 때 성우주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고 프랑스에 함께 가길 원했던 그 남자와 헤어졌다. 자신의 삶과 닮은 젊은 동명의 여성들을 보며 성우주가 기시감과 혼란을 느낄 때 친구를 통해 과거의 연인 소식을 들은 후 성우주의 시간은 더욱 더 미궁에 빠져든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래 두 번째 영화 <라이어> 이후 오랜 연출 공백기를 보낸 김경형 감독의 신작이다. 거울처럼 포개진 세 여자의 삶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영화는 시간의 연쇄를 깨고 동일성의 회로에 인물들의 삶을 모은다. 상투적으로 되풀이되는 듯 하지만 차이를 갖는 개별 인간들의 삶에 따스한 온기를 입힌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