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플레시>는 고독하고 깨어지기 쉬운 것처럼 보이는 중년남자 알레한드로의 인생에서 가장 복잡했던 한 시기를 다룬다. 피노체트 독재 시기 고문에 참여한 군인이었던 알레한드로는 이제 존재의 목적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내와 딸까지 뒤로 하고 새롭게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 헤매지만 과거에 대한 적대감에 의해 파쇄당한 사내는 자신의 유령과 강박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존재론적인 위기에 빠진 전직 군인의 예측불허의 여정을 따라가는 <도그 플레시>는 죄스러운 과거로부터 구제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룬다.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하다 이 영화로 데뷔한 페르난도 구초니의 대담한 각본은 정치적인 함의보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과거’라는 시간, ‘인간’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악마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으로 질식할 것 같은 밀실공포증, 보기 불쾌한 장면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영화제, 예테보리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그 해의 데뷔작으로 꼽혔다.(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