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한적한 공원에서 소년 소녀가 만난다. 첫 데이트의 설렘 속 둘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서로를 흠모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두 사람은 공원을 산책하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가 하면,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해가 기울어 어둑해진 공원의 밤은 완연히 다른 분위기이다. 저무는 날과 함께 그들의 관계도 저문다. 여름날의 나른함과 찬란함, 어둠을 무대로 삼은 <공원의 여인>은 자연과 날씨, 풍경이 모든 걸 말하는 영화이다. 전작 <젊은 시인>(2014)으로 내외의 주목을 받은 다미앙 매니블은 특별한 서사의 굴곡 없이 하루 사이에 일어난 두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을 좇는다. <공원의 여인>에는 전통적인 서사의 규범이나 극적인 기대를 충족하는 일체의 요소가 없다. 사건의 진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두 인물이 공원 곳곳을 소요하는 시간 동안의 무드와 삽화, 날씨는 그들의 관계 변화에 조응한다. 설레고 흥분되었다가 냉랭하게 식어버리는 관계의 본질, 시간의 흐름과 사랑의 탄생, 소멸에 관한 미니멀한 우화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