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리젠트 파크 커뮤니티 헬스 센터의 사회 복지사 직원들에게 고통스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현재가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항들을 잘 이해한다. 왜냐하면 이들이야말로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5년의 시간을 담아내며 <계단 내려가기>는 세 명의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마티는 어느 시점에 중독이 심해져 위기의 상황을 맞이한다. 록산느는 성노동자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갔다. 여기에 그렉이라는 인물의 거리생활이 담겨진다. 계단 아래 편에서 살아가야 했던 무기력한 시간과 이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의 시선은 동시대의 삶이 무엇인지라는 보편적인 질문과 함께 마약, 성노동, 노숙에 대한 통념에 반기를 들면서 인간의 얼굴을 묵직하게 담아낸다. 휴 깁슨 감독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무엇보다 다큐멘터리가 시간의 예술이며, 시간에 대한 응시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 놓인 사람들의 기록인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자화상을 비추는 작품.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