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는 난데없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채택 정책으로 소란스러웠다.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으로 몰아붙인 이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감독 백승우는 차분히 물어본다. ‘우리는 왜 21세기에 국정교과서를 강요받아야 하는가?’ 뜻밖에도 이 질문은 한국사회의 현대사적 맥락을 타고 꽤 깊은 뿌리까지 들어가며 여러 역사학자들이 심도 깊은 답을 내놓는다. 더불어 국정교과서를 강요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우파 국수주의 정권에서 어떻게 시도되고 좌절되었는지 살펴본다. <국정교과서>는 따분한 제목과는 달리 역동적인 구성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계몽적 의도를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관객이 시선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경쾌한 호흡으로 이 의제가 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지 힘들이지 않고 결론에 다다른다. <천안함 프로젝트>로 2013년에 논쟁적 화두를 던졌던 백승우의 연출은 훨씬 유연하고 예리해졌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