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스물여덟 살의 청상과부와 사랑방에 하숙하게 된 손님과의 사이에 오가는 애틋하고 고전적인 감정의 교류, 또 그로 인한 과부의 갈등과 고민이 어린 딸의 시각에서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한, 이 영화는 배우 최은희의 대표작으로, 그녀가 한국의 ‘전형적인 현모양처’ 이미지라는 공인을 받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도금봉의 회고전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주인공인 과부와 손님 사이의 정적이고 미묘한 사랑에 비해, 도금봉이 연기한 식모와 김희갑이 연기한 계란 장수 사이의 사랑은 소박하지만 진솔하다. 이들에게 상대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계산이나 심리전 따위는 불필요하다. 주인마님에게서 빌려 나온 레이스 숄, 고장 나 멎어 버린 손목시계 등이 이 사랑의 소도구로 동원된다. 주요섭의 원작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이들 커플은 영화의 재미를 실려 내면서 작품에 입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단편소설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의 미덕이라는 점을 잘 파악한 각색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