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선생인 지윤은 수업시간에 사물을 제대로 보는 법에 관해 가르친다. 교실에서 거의 철학자처럼 구는 그녀의 권위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그녀의 일상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투성이다. 사귀던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지윤이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새 여자 친구를 찾아가 벌이는 초반 해프닝을 필두로 지윤은 그녀가 믿었던 것과 실제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늘 헤매고 있으며 그녀가 주도하고 있다고 믿었던 사건의 당사자들로부터 오히려 비난받는다. 추상적인 사변으로 점철되는 주인공의 관념과 범속한 일상의 경계에서 한 치도 튀어나오지 못하는 그의 자기연민을 거리 두고 관찰하면서 이 영화는 좀처럼 보기 드문 독특한 긴장감을 화면에 품는다. 주인공이 행하는 위선의 결들을 신중하게 펼쳐 보이는 희귀한 방식의 인간 관찰기이자 냉소의 틀에 갇히지 않는 객관적 거리 두기의 실현으로 흥미로운 유머를 만들어낸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