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1986년에 작고한 저명한 일본 작가 토시로 시마오, 그리고 그의 아내와 딸의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다큐멘터리 형식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전기적인 이야기 전개에 객관성을 실어준다.
영화에서 점차 인간은 소멸하거나 희박해져 왔다. 영화에서 사람이란, 연기를 수행하는 배역이거나 아니면 화면 속에서 다른 요소들과 더불어 의미를 만들어내는 중성적인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다시 영화가 사람에 대하여 사유한다면?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영화 속으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인다. 그때의 사람이란 대문자로 쓰인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타자´로서의 사람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체계적으로 망각하여온 "낯을 가진 사람" 혹은 "얼굴로써의 사람"이다. 그리고 그 철학자의 말에 가장 분명히 상응하는 시네아스트는, 불행히도, 우리에겐 소쿠로프 밖에 없다. 그만큼 그는 지금 영화의 역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무게를 가진다. <돌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미호 시마오라는 늙은 일본 여인일 뿐이다. 그리고 잠시 그녀의 성장을 멈춘 언어장애인 딸, 마야가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면하는 것은 한 여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 명의 실존적 삶이 아니라 그 자체 전체로서의 우주를 이루는 세계이다. 한 늙은 일본 여인의 회상의 읊조림과 지금의 삶에 관한 독백은, 결국 "이야기 속의 사람"을 넘어 존재하는 한 사람의 생애이고 세계인 것이다. "나에게 이미 잘 알려진 제삼자로서의 그/그녀"가 아닌 "경이 속에서 마주 해야 하는 구체적인 타인, 그/그녀". 소쿠로프의 일련의 인물 탐구 연작 속에서 소쿠로프가 찾으려는 것은 아마 그런 잊힌 사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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