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영화인 <피아스코>는 이름처럼 삶의 실책에 관한 블랙코미디이다. 물론 그 코미디 속에 등장하는 삶의 실책들은 절박한 선택이며 지금의 삶을 견뎌내는 위안에 불과하다. 피아스코는 바달네 집안의 삼대를 이루는 식구들의 이야기를 쫓는다. 먼저 할아버지인 카를은 일에서 물러난 노신사. 그는 어느 날 왕년의 노배우를 만나 연정을 품는다. 그러나 그 퇴락한 여배우는 과거의 화려한 시절의 기억만을 고집하고 다른 기억을 거절하려는 듯 기억상실증에 걸려있고, 그를 찾는 카를을 매번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손녀인 줄리아는 각기 은행직원과 외항선원인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방황한다. 두 남자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며, 자신의 사랑을 시험하는 줄리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줄리아의 엄마. 그녀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든 전 남편과 헤어진 채, 노인과 딸을 데리고 살고 있다. 그런 황폐한 그녀의 삶을 지탱하여주는 것은 사기꾼 부흥사. 그녀는 그에게 헌신적인 복종과 헌금을 바침으로써 삶의 공허를 메운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이 겪는 일들은 같은 시간의 다른 사건으로 겹쳐 있거나 연결되어 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브라가슨의 첫 장편인 <피아스코>는 그의 전직의 경험을 반영하듯 박진감 넘치면서 유려한 편집으로,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모호한 세계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