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유학 와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미라는, 프랑스인 남편과 이제 막 이혼한 상태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19년 전 덕수궁 안에서 연극을 배우던 친구들을 만나는 미라. 19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술집에 다시 모인 미라, 영은, 성우. 잠시 미라가 화장실에 다녀오니 술집 안은 어느새 19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미라만 40대이고 20대인 친구들, 프랑스로 유학을 가는 미라의 송별회를 한다고 모여있다.
김희정의 네 번째 영화 <프랑스여자>는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2015)에 이은 유령 이야기이다. 유령은 삶과 죽음, 나타남과 사라짐,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사이, 림보의 상태에 놓인 존재이다. 죽음의 뒤를 이어 출몰하는 유령들에게 붙들린 이 영화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를 사는 우울한 여자 미라에게 향한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온 미라는 오랜만에 찾은 단골 술집에서 과거와 대면한다. 2015년과 1997년이 시간의 문을 사이에 두고 교차하는 구조로 서사를 짜면서 김희정은 죽음의 뒤에 무엇이 있는가? 누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볼 것인가?를 묻는다. 주변인들은 과거로 갔는데 미라만이 현재의 모습이다. 둥글게 도는 시간을 형상화하면서 <프랑스여자>는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현재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시간의 진실에 도달한다. 프랑스에도 한국에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정박하지 못하는 방외자의 자리에 여자가 놓여있다. 림보의 상태를 형상화한 인공적 세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허 속에 프랑스 여자가 서 있다. [장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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