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극장
만년 고시생 기태가 십여 년만에 고향인 벌교로 내려간다. 막일부터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결국 남은 건 줄지 않은 빚과 성치 않은 몸뚱이 하나뿐. 생계를 위해 시내의 낡은 재개봉 영화관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간판장이 오 씨를 만난다. 밤낮없이 술에 취해 있는 오 씨는 퉁명스럽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기태는 그런 오 씨가 왠지 불편하지 않다.
<국도극장>은 적응할 수 없는 세기로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에 제동을 거는 슬로우 무비이다. 노스탤지어를 바탕에 깐 전지희의 이 장편 데뷔작은 10년간 고시 낙방을 거듭한 기태의 낙향으로 시작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고향으로 간 기태는 주변인들에게 잉여인간 취급을 받으며 작아져 간다. 하릴없이 지리멸렬하던 기태는 퇴락한 시골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허드렛일을 맡는다. 오만 가지 일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꿈을 키우는 초등학교 동창 영은에게 마음을 주고, 극장 관리인 오 씨에게 의지하면서 희망을 찾는다. <국도극장>의 백미는 사건이나 이야기의 기발함보다 삶과 생활에 근간을 둔 섬세한 묘사, 인물의 심리와 정감, 행위 안에 담긴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이를테면 극장 간판을 그리는 오 씨와 기태가 극장 앞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고, 모두가 떠난 휑한 극장 앞 보도블록을 뚫고 핀 꽃을 기태가 발견하는 장면 따위가 그러하다. 국도극장의 간판에 적힌 ‘삶은 아름답다’는 <박하사탕>의 카피는 이 영화의 전언과도 통한다. [장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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