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침묵. <지옥굴>은 이 두 개의 단어로 요약된다. 어두운 전망에 기초한 이 적막하고 과묵한 드라마는 유럽의 수도에서 의미, 사랑, 친밀감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2016년 3월 브뤼셀에서 테러가 발발한 뒤 서로 다른 장소에 살지만 정신적으로 근접해 있는 인물들을 좇는다. 중동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 조종사 아들을 둔 고독한 의사, 형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는 알제리계 청년, 국제기구의 통역가로 일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는 이탈리아계 여성. 서사의 생략, 도약, 미니멀한 스타일로 묘사되는 벨기에는 표제가 말하듯 지옥굴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