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도 아닌 데이지도 아닌>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영상작가 임정혜의 데뷔작이다. 비가시성과 오디오 비주얼 센스를 테마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명징한 서사구조 없이 비선형적인 이미 지의 조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다. 시력을 잃은 이들은 자연을, 햇빛을, 세계를, 아름다움을 어떻게 감각하는가? 인지작용을 촉진하는 쇼트들의 구조, 조용하지만 최면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장면의 배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