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낯선..>은 딱히 무어라 확언할 수 없는 기이한 영화이다. 초현실주의적 실험영화에 몰두했던 감독의 이력을 반영하듯, 영화의 이야기는 산호초의 번식처럼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뻗어간다.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일종의 말 잇기 놀이이다. 누군가 던진 낱말을 받아 다음 사람이 그 낱말로부터 연상되는 또 다른 낱말을 던지는 말놀이. <정오의 낯선..>역시 이렇듯 불규칙하고 무질서한 장면 사이를 이동하며 황홀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장애자인 소년과 그 소년의 가정교사인 도그파, 그리고 그녀의 앞치마 사이로 흘러나온 정체불명의 작은 물체, 그리고 그 물체를 잡으려 발버둥치는 소년과 그 소년의 혼란, 소년이 가정교사가 되고, 소년의 분신이 가정교사와 교체되는 몽환적인 장면들, 그리고 이 소년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보고하는 태국의 아름다운 전통 가인(歌人)과 벙어리 소녀들. 이렇듯 영화는 소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장면으로, 그 다음에는 이미 그 장면을 본 듯한 사람들의 노래와 몸짓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직물들 사이를 횡단하며 방콕 변두리 마을을 돌아다니는 생선 장수, 시골 농부들 그리고 영문 모를 피부병을 앓는 하층계급의 여자가 등장한다. 감독은 자신의 스태프들과 함께 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이미지들을 화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심지어 영화를 찍는 자신들의 모습 역시 화면 속에 포함시킨다. 결국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앞의 이야기를 다시 상연하는 드라마가 뒤섞인 채 계속 반복되는 기묘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낸다. 아시아의 짐 자무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무서운 태국의 감독을 주시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