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경민은 딸 선주와 제주도로 함께 놀러 가기 전 광주에 들른다. 아마추어 사진가인 경민은 광주의 한 야산에 꼭 찍고 싶은 야생화가 있다고 한다.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을 둘러보던 선주는 발목을 다치고 이곳에 살고 있는 낯선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경민이 사진을 찍으러 야산에 들어간 사이, 선주는 남자가 아버지와 같은 이름의 군번 줄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을 찍는 대신 야산 어딘가를 파고 있던 경민은 그 남자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휴가>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는 방식은 독특하다. 영화의 절반은 (역사적) 리얼리티에 기반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우화적이다. 경민은 40년 전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광주를 찾아왔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는 경민의 잔악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아들이다. 남자는 40년 만에 다시 만난 가해자에게 당시 사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따지고 사과를 요구하지만, 경민은 모른다고 대답하며 질문을 회피한다. 여기까지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면, 두 사람의 대립을 바라보는 목격자인 선주야말로 희망일지도 모른다. ‘재개발’로 진실이 덮이기 전에 실체를 파헤치고 책임자를 가려낼 수 있는 희망 말이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