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용은 40년 동안 죽은 자들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해왔다. 시대는 변했고 이미 도심에선 사라진지 오래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아용은 자신의 악단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거리로 나섰다. 단원들은 하나 둘 씩 떠나고 크고 작은 위기들은 계속 주변을 맴도는데 정작 그들만의 삶은 장례식 음악보다도 쓸쓸하기만 하다. 불구인 막내아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킨 채 온종일 집안에서 비둘기만 키우고, 큰 아들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1987년작 <허수아비>를 비롯하여, <바나나 천국>, <무언의 구릉>까지 대만 삼부곡으로 더욱 잘 알려진 감독의 삶을 쓸어안는 방식과 현재 대만을 은유하는 길고도 긴 통로를 이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