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극배우 영필과 함께 연극을 같이 했던 후배다. 오늘 영필은 대전역에서 자살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서 만나 연락을 주고받던 상운을 실제로 만나기로 했다. 오늘 둘은 동반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날이다. 나는 자살하는 사진의 모습을 찍어달라는 영필의 부탁을 받고 동행하게 된다.
<자살비디오>는 어느 젊은 감독의 자살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서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상상해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우리가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유일무이한 영화다. 물론 <자살비디오>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그러나 이 속에는 형식의 가벼움과 내용의 무거움 사이의 불균형과 불편함이 존재하며 이것이 또한 이영화의 매력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곧 감독이 고안한 "자살비디오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다. 두 남자가 대전역에서 만나 걸어가고 있다. ´나´의 카메라는 이들을 따라간다. 여관방에 앉아 소주잔을 비우고 있는 이 둘은 곧 동반자살을 할 태세다. ´나´의 카메라는 망설임과 불안함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잔인한 질문을 한다. 당신도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는지 그러나 만약 이 영악한 감독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알량한 윤리의식을 조금이라도 내보인다면 이미 이 게임에서 진 것이다. 영화는 현실과 가상 사이를 넘나들며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 혼돈 속에서 본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이 같은 영화의 본령은 다시 한 번 숙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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