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말해 <탐폰설명서>는 독립영화로서도, 디지털 영화로서도, 동성애 영화로서도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탐폰이라는 소도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품목이다. 생리대의 용도, 마스터베이션 도구, 레즈비언을 위한 섹스용품으로 소개되는 각각의 장은 마치 강의 테이프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사용방법을 시연하는 장면처럼 그 진지한 자세 때문에 오히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중간에 뮤지컬 형식으로 끼어들어 있는 탐폰 인형들의 노래와 춤은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발랄하게 풀어헤치고 있다. 영화는 마치 홈쇼핑의 선전물처럼 구성되어 있다. 배경이나 소도구의 취향, 탐폰인형들처럼 유치한 설정, 현란한 색과 자유자재로 형식을 넘나드는 방식은 의도적인 키치적 감성이요, 싸구려 취향이다. 각각의 장은 여성과 레즈비언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로 채워져 있다. 영화는 자신을 여성이라는 큰 틀에 위치시키면서 동시에 레즈비언의 정체성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 얼마간의 놀라움을 갖게 된다면, 이 사회의 성적편견에 찌들어있는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