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로 쓰이는 ‘시바스’는 터키 중부에 위치한 도시이면서, 극중 주인공인 개의 이름이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연극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게 된 소녀 아이셰와 함께 왕자 역을 하고 싶은 소년 아슬란은 체구도 크고 가정형편도 좋은 급우 오스만에게 왕자 역이 돌아가자 오스만에게 경쟁심을 가진다. 어느 날 아슬란은 투견장에서 초죽음이 된 개 시바스를 거두어 회복시킨다. 한 번의 시련을 겪은 시바스는 강력한 전투력으로 투견 시합의 강자가 된다.

<시바스>는 소년과 개의 교감이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시바스는 현실 속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아슬란의 초자아이다.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로 바뀌는 게임, 언젠가 그 역시 패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카메라는 승자의 위용보다 패자의 쓸쓸함에 초점을 맞추고, 마지막 싸움에서는 개들이 아니라 약자를 물어뜯어 죽이라고 독려하는 인간을 잡는다. 위엄이 넘치는 투견 시바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