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뉴 퀴어 시네마의 기원적 작품들 가운데 가장 도발적이고 섬세한 작품은 아무래도 탐 칼린의 <졸도>일 것이다. <졸도>가 택하고 있는 사건 혹은 알레고리는 악명 높은 살인자들의 범죄와 재판이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의 음산하고 동요하는 미국에서 나단 레오폴드와 리차드 로엡이라는 18살의 두 사내가 13살의 한 소년을 납치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다. 유태계 상류 가문 출신의 법학과 대학생인 두 청년은 곧 체포되고 두 사내의 동성애적 관계는 그 끔찍한 사건을 추문과 공포의 사건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사건은 이미 다른 희대의 범죄들처럼 여러 차례 영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왔었다. 리차드 플레이셔의 <협박>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는 모두 이 사건을 다룬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주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가담한 두 사내의 동성애 정체성을 삭제한다. 그리고 탐 칼린은 이두 영화의 뒷전에서 그 사건을 더 없이 매력적인 유혹으로 만들어내는 은폐된 환상 즉 그 사건과 그 사건을 에워싼 동성애 혐오를 연계시킨다. 그 사건을 배회하는 감히 언급할 수 없는 동성애적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며 탐 칼린은 도착의 심리적 계보를 작성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졸도>는 동성애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이 영화"의 지상명령을 훌쩍 뿌리치고 있다. 퀴어 시네마가 겨냥한 욕망과 권력의 관계를 향한 탐문에, <졸도>는 무엇보다 근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