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낯선’은 2015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익스팬디드 시네마’를 좀 더 쉽고 친숙한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2014년까지 지속하던 ‘영화보다 낯선’이라는 명칭을 복원했으나, 영화 언어의 형식적 실험을 시도하는 작품을 소개한다는 그 정신은 익스팬디드 시네마 때와 변함없이 이어진다.
순수한 관찰 이미지를 통해 시공간의 변화를 탐구하는 제임스 베닝의 <매기의 농장>, 파운드 푸티지 작업자인 안젤라 리치 루키의 죽음 후 그녀의 파트너 예르반트 자니키안이 안젤라의 일기로 재구성해 되돌아본 그들의 작업과 인생을 그린 <안젤라의 일기 - 두 감독: 챕터 2> 등 현대 아방가르드 시네마를 이끌었던 마스터들의 신작을 초청했다. 실험 음악가에 대한 다큐를 전자 사운드에 반응하는 이미지로 표현한 <이상한 나라의 펠릭스>, 갈리시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배로 사라진 남자를 찾는 사람들과 헤아릴 수 없는 미스터리한 자연의 정서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붉은 달의 조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셀프 카메라로 동네를 소개하는 듯한 형식을 통해 거대 부동산 계획으로 변화하는 도시 풍경을 담은 <3.30 PM>, 동네 할머니들이 말하는 사적인 동네 역사를 소박하게 담은 <동네에서> 등, 지속적이고도 과감하게 영화 형식의 변화를 시도해 온 감독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영화 속 한 여성을 재현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에세이 영화 <안나 아초리의 노트 - 시간 여행의 거울>, 1980년대 말 독재와 천주교의 영향 아래 말해지지 않았던 아르헨티나의 트렌스젠더와 드랙퀸의 당시 상황을 VHS 기록으로 꺼낸 <플레이백>, 부활절 휴가를 보내던 감독이 NGO 활동을 위해 멀리 떠난 딸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든 에세이 영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여성, 젠더, 전통의 변화에 대한 정치적인 영화들도 있다. 테니스 경기 비디오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를 통해 인간 지식의 불완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호크아이에 대한 검토>, 아프리카 적도 기니에 미쳤던 스페인 식민지의 영향을 사운드 해설이라는 형태와 빛의 명도에 대한 실험으로 표현한 <폭풍이 오던 날> 등의 장·단편은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의 모든 것과 그 작동 방식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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