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형식의 공명 <교환일기> 임흥순, 모모세 아야 감독
2019-05-08 20:01:00

한국의 임흥순, 일본의 모모세 아야 감독이 3년 간 각자 찍은 영상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것을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더했다. “그동안의 작품이 가능한 정제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작업 과정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 경우”라는 임흥순 감독의 말처럼 <교환일기>는 작품만큼이 나 작업 과정이 실험적인 영화다.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임흥순 2015년에 한일국교정상화 기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서울)과 국립신미술관(도쿄)이 공동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왕이면 양국 작가가 한 작품을 같이 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더라. 어쩌다보니 한·일 작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의 조합이 됐다. (웃음)

모모세 아야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협업을 제안해주셔서 기뻤다. 교환 작업을 통해 두 나라의 역사적 맥락에 관한 오해나 오독도 더 관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상대방의 영상 소스를 확인하고 처음 어떤 인상을 느꼈나.

모모세 아야 개인적인 이미지도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1주년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처럼 사회적인 의미가 반영된 영상이 많았다. 한 나라의 역사적 비극에 대해 일본인인 내가 한국인만큼 온전히 슬퍼한다고 말할 수가 없을 텐데, 그런 풍경 위에 자의적인 내러티브를 추가해도 되는 것일까 처음엔 조금 주저하기도 했다.

임흥순 공식 석상이든 개인적으로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이야길 한 적이 없고, 나는 아직 관련 영화도 잘 보지 못한다. 그런데 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사건을 작품에 녹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오며가며 촬영한 광장의 모습을 <교환일기>에 담았다. 그곳의 풍경, 음악, 사람들의 표정이 모모세 작가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쉽게 촬영하고, 편집하고, 또 교환할 수 있는 시대를 반영한 영상 실험이라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모모세 아야 촬영은 내가 하지만 편집은 상대방에게 맡긴다는 게 작가의 권력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느꼈다. 촬영의 시점 자체에 작가성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교환한 소재는 요즘 사람이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일상적 풍경이기 때문에 그것에 권력을 부여할 마음은 없다.

임흥순 그렇게 쉽게, 많이 생산된 이미지들이 사실상 한 번 찍히고 난 뒤에는 그냥 날아가버리는 것 같다. 이번 작업은 그 이미지를 아카이빙해서 동시대를 들여다보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대하는 자기만의 대안적인 방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글 김소미·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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