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마 암살>은 쿠로키 카즈오의 시대극 데뷔작이다. 그는 첫 시대극으로 일본 개화기의 풍운아인 사카모토 료마를 그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영화는 메이지 유신 성공의 열쇠가 된 사쵸동맹의 결성자로서 막부를 견제하고 천황중심의 근대일본의 확립에 공헌한 사카모토 료마가, 적이던 막부측의 신센구미뿐 아니라 ‘아군’ 이어야 하는 사츠마의 자사들로부터 의심을 받아 암살되었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료마의 암살과정을 다룬 이색 시대극이다. 쿠로카는 료마가 단순히 막부를 쓰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 아니라, 사츠마와 쵸슈와 같은 파벌정치가 더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에 대한 새로운 혁명을 준비했던 사상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신좌익사상이 학생운동의 절정기인 70년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이오 3년 11월 13일 빗속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는 남자를 배웅하고 남자는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 이동한다. 료마의 이동이 시작된다. 료마의 이동은 장소의 이동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전 애인 타에로부터 새로운 연인 반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11월 15일 료마가 암살된다. 영화는 13일에서 15일의 3일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