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소재로 한 흔하지 않은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우선 주목받을 만하다.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설산의 등반 장면은 관객의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한 여자와 두 남자라는 삼각관계는 처음에는 모호하지만 회상화면을 통해 장면이 채워지면서 연애의 서사가 만들어진다. 경민(김하늘 분)은 유부남 중현(이성재 분)을 사랑하였으며 그 사랑하는 남자와 해외원정등반에 참여했다. 등반 도중 그들은 조난을 당하게 되고 한 로프에 두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게 된다. 경민은 중현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을 버린다. 그녀의 희생은 멜로드라마에서 거의 정형화된 여성의 희생 코드를 따르며 그녀가 보여준 사랑의 행위는 자신의 로프를 자르고 추락하는 것이다. 여성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남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죽은 여자 경민을 사랑했던 친구인 우성(송승헌 분)의 기억 속에서 경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성은 그녀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산으로 등반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옛 남자인 중현과 함께 조난당하게 되고 이들의 과거 회상 속에서 경민과의 사랑이 선명하게 서사를 형성해간다. 동일한 여자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조난당한 남자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과거와 현재, 설산과 서울이 장면을 채워나간다. 과거의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긴장감과 설산 등반이 주는 스펙터클은 이 영화를 버티게 해준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