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미지가 누려왔던 특권적 지위를 위협하면서 그것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범용한 대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중이다. 특히 매우 간편한 방식으로 사적 고백과 자기재현을 가능케 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디지털카메라는 현대의 대중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도구로 비쳐지곤 한다. 씨네 다이어리라는 영화형식은 제법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작가영화의 영역에서 극히 제한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만 모색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씨네 다이어리를 동시대의 가장 일상적인 영화형식으로 변모시켰다. 빔 벤더스의 지원으로 제작된 <에고슈터>는 이러한 맥락 하에서 그 의미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형 그리고 형의 애인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자콥은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로 주변의 사소한 일들을 기록하는 데 골몰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 (특히 형의 애인에 대한) 성적 호기심 등에 사로잡혀 있다. 여기엔 자콥 자신에 의해 기록된 장면들과 관찰자적 시선에서 자콥의 일상을 기록한 장면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일부는 즉흥연출에 의거해 촬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