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영화는 작가영화가 꽃을 피웠던 70년대와 사회적·정치적으로 반체제 성격이 강했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슬람 전통사회에서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되어왔던 금지된 영역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자율권과 성 해방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고 압델카데르 라그타 감독은 금지의 침묵을 깨는데 있어 누구보다 앞서간 인물로 <러브 스토리인 카사블랑카>는 그의 유명한 금지 테마의 삼부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영화는 남녀 성관계의 합법성에 따라 사회관계를 판가름하고 사회의 윤리를 익살스럽게 꼬집고 있는데 관객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쪽에선 반나체로 등장하는 여배우의 모습, 부자와 한 여인과의 삼각관계, 이슬람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젊은 주인공의 자살 장면에 대하여 광분했고 이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못 이겨 공영방송에서는 공개토론까지 열었다. 그러나 지지파 쪽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러브스토리 인 카사블랑카>는 관객 동원에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게 됐고 평단으로부터도 ‘90년대의 혁명적인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일부 평론가는 마이클 커티스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가트의 이국적인 로맨스가 아닌, 진짜 카사블랑카에서 온 카사블랑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