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내가 길을 떠난다.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그들은, 때론 숲 한복판에서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싸우기도 하고, 이내 모텔의 침대에 누워 서로의 몸을 어루만진다. 그들이 어떤 몸짓을 보이건 그것은 모두 지극한 사랑의 행위이다. 그리고 화면 밖에서는 스스로의 동성애적 욕망을 발견하게 된 사내의 자기고백이 낮은 목소리로 들려온다. 파트릭 카르팡티에의 <컴배트>를 끌고 나가는 것은 내러티브의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논리이다. 인물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는 햇빛, 그들이 서로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내뱉는 거친 숨소리, 낯설고도 편안한 천국의 느낌을 전하는 먼 곳의 비행기 소리, 청록 빛의 다채로움을 뽐내는 한낮의 숲, 구름 사이로 천천히 드러나는 달, 붉은 구름의 이미지 등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거의 완벽에 가끼운 핸드 헬드 촬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색감을 간직한 디지털이미지와 결합되어 최상의 영화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처 없이 방황하는 한 게이커플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열대병>이나 구스 반 산트의 <제리>에서 시도되었던 서사적 실험을 계승하면서 한편으론 다르덴 형제 식의 ´촉각적 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는 듯하다. 예기치 못한 결말이 더욱 큰 여운을 만들어내는, 올해의 가장 이름다운 퀴어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