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밀 분리주의자와 스리랑카 군대가 대치한 채 격전을 벌이는 국경의 전장. 전투 중의 어느 참호에 타밀 여자 한 명이 떨어진다. 겁에 질린 그녀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주며 목숨을 애원하고, 참호를 지키던 병사는 그녀를 겁탈한다. 그리고 갑자기 참호에서의 전투에 신물이 난 그 병사는 탈영을 하고, 그 뒤를 그 타밀 여자가 따른다. 그가 돌아온 마을은 이 두 사람의 낯선 방문으로 혼란에 휩싸인다. 그와 이미 정혼하였던 여자는 격분과 슬픔을 나타내고, 마을의 사내들은 적진으로부터 온 여자에 대한 흥분과 욕정으로 술렁인다. 군에 입대하여 직업군인이 되는 것이 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황폐한 시골마을. 그 마을 속으로 끼어든 낯선 타인을 맴도는 사람들의 모습. <이것은 나의 달>은 그런 점에서 이야기를 넘어선 영화이다. 스리랑카 산인 <이것은 나의 달>은 국적의 낯섦 못지않은 낯선 화면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마치 정물로 이뤄진 평면 회화를 보는 듯한 화면들, 그리고 그 화면 속에서 서로 다른 거리로 마주하거나 등진 채 혹은 도열한 채 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화면을 채우는 서로 다른 모습의 거리와 깊이. 이 모두는 이야기로 번역될 수 없는 어떤 세계를 가리키는 듯하다. 이야기를 넘어서는 영화, 표현하는 대상을 초과하는 무엇을 만들어 내는 이미지의 영화를 찾는다면, <이것은 나의 달>은 그런 갈망에 답을 제시한다.